아쉽지만, 이것이 축구의 끝은 아니다. (사진출처 -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한국 대표팀이 벨기에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45분간의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0-1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잘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체감한 선수들의 분함은 경기 종료 후 안타까운 눈물로 표출됐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벨기에와 달리, 동기부여가 확실했던 우리 선수들은 경기 시작부터 벨기에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고, 몸을 날리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던 우리 선수들의 투지는 높은 볼 점유율과 스티븐 데푸르의 퇴장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넘치는 열정만 있었을 뿐, 체력도, 기술도, 전술도 10명이 싸운 벨기에를 누르기에는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벨기에 전이 끝난 후 "강한 상대를 이기려면 상대보다 더 빨리 뛰고 더 많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압박은 물론, 공격 상황에서 간결하게 볼을 터치하고 빈 공간으로 파고들며, 빈 공간으로 파고든 동료에게 패스를 주고 그 자신이 또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공격의 기본은 모두 체력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볼을 패스한 선수는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다 보니 볼을 받은 선수는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격 템포를 잡아먹었다. 탁월한 기술이 없는 한, 현대 축구에서 느린 템포는 곧 공격 실패를 뜻한다.

 

그렇다고 기술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볼 없는 움직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에도 손흥민이나 이근호, 이청용은 활발하게 빈 공간으로 움직이면서 기회를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는 볼을 컨트롤하면서 빈 공간으로 움직이는 동료를 시야에 넣을 만한 기술이 없었고, 설사 발견한다 해도 정확히 볼을 전달할 패스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기술이 없으면 과감성이 떨어지고, 과감성이 떨어지면 창의적인 패스를 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지나치게 긴 드리블과 잦은 백패스가 나오고, 긴 드리블과 잦은 백패스는 비효율적인 공격과 빈번한 역습 허용으로 이어진다. 우리 대표팀이 알제리 전과 벨기에 전에서 보였던 바로 그 모습이다.

 

경기가 끝나고 안정환 해설위원은 "실력에서 졌다."고 오늘의 패배를 평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는 벨기에를 이길 실력이 되지 않았고, 패배는 그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1년 뒤 있을 아시안컵, 4년 뒤의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해 실력을 키우는 일이다. 체력도, 기술도 모두 세계 수준과 맞서 싸울 만큼 성장시켜야 한다. 월드컵이 끝났다고 축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늘의 눈물을 기억하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번 패배를 교훈삼아 더 발전하는 대표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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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준 2014.06.28 0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수층이 넓은 것도 아니고 프로 축구 관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소수 정예 선별(주로 해외파)하여 월드컵 본선에서 이정도 하였다면 잘한 것으로 봅니다.

    2018년에 좀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면 .... 해외파들이 계약할 적에 월드컵이 있는 2018년에는 6개월 장기 차출를 허용해 줄 것을 집어넣는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병역 특혜를 가지고 흥정을 하면 될까요?

    2018년 1월부터 시작하더라도 체력보강하기 팀업올리기 전술익히기에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벨기엘이 먼저 써왔고 거부감 일으키는 붉은 악마 마스코트보다는 보다 한국적이고 한국 국가 대표 축구팀의 이미지와 상통하는 새로운 마스코트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돌이 만한 것이 없어 보이네요... 붉은 색 셔츠에 검은 색 줄만 그으면 되기도 하고요... ^^

    • 눈팅 2014.06.28 0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월드컵이 뭐 대단하다고 선수들 앞길을 막나요?
      6개월 차출을 허용할 구단이 있을리가 없죠.
      그냥 실력대로 순리대로 결과를 얻으면됩니다.
      이전에도 더 잘할수 있었지만 못한것뿐이조 그래서 욕먹는거고요

    • Contents Provider Breakaway 2014.06.28 1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이게 딜레마지요. 이영표 해설위원 말대로 우리 대표팀은 상대적 약팀이고, 그렇다면 '한 발 더 뛸 수 있는' 체력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데, 주전 선수 대다수가 해외에서 뛰고 있는 상황에서 2002년처럼 타팀 대비 한 수 위의 체력을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말씀하신 대안은 소속팀에서 당연히 수락하지 않을 테고요. 결국 다른 팀과 비슷한 체력 수준으로 월드컵을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되면 기술이 떨어지는 우리로서는 사실상 타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전술적으로 차이를 메우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지금 한국 축구가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보면, 결국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최대한 빨리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네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근시안적으로 감독을 갈아치우고 대표팀에 투자를 집중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K리그에 관심을 기울이고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일 테고요.

      좋은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성준 2014.06.30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눈팅님 감사합니다..... 축구협회의 능력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년후에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경우라는 가정을 놓고 우선 미끼를 던지는 것이지요....... 이번 본선에서 엄청못하는 팀으로 눈도장을 찍어놓았으니 혹 승인을 해줄 팀이 있을줄도 모르겠네요.....

      4년에 한번 한 시즌을 참가하지 않는다고 프로팀에 그렇게 큰 영향이 미칠까요? 미리 통보가 되어 있다면 감독이 충분히 처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수가 부상하여 6개월에서 1년을 비울수도 있지 않나요.... 그리고 월드컵에 나가서 보다 수준 높은 경기로 "경험"을 쌓게 되면 되돌아 와서 팀에 더 공헌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최상의 시나리오를 기대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죠..... 한국은 이런 일을 용납할 수 없는 숨막히는 사회인 것이 안타까울 뿐이죠....

    • 성준 2014.06.30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꾸벅.....저도 그냥 혹시나 해서 적어본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선수층이 넓어지고 기본기가 든든한 좋은 선수들이 많아지는 것이 좋겠죠....

      그러려면......한국사회가 어린 아이들이 경쟁에 찌들려 학원을 돌면서 짬짬히 게임기에 붙어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친구들과 운동을 하면서 안정된 정서를 갖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발전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K리그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게 정말 힘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다 수준 높은 경기를 위해 더 비싼 선수를 들여와야 하는데 ..... 과연 이것이 수지 타산이 맞을지..... 참 어려울듯 싶네요....

  2. 성준 2014.06.30 1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구요.... 흑인 남미 그리고 동남아계 출신 선수들도 한국 대표가 될 수 있는 그런 풍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이건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상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질을 통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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