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처럼 할 수 없다면, 이들과 다른 방식을 모색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진출처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패싱 축구가 전술적 헤게모니를 틀어쥠에 따라, 측면을 돌파해 크로스를 올려주는 공격수들의 가치는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볼을 점유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를 갖는 패싱 축구 시스템에서 확률 낮은 크로스로 공격권을 낭비하는 윙어는 결코 존중받을 수 없는 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으로 패싱 게임을 중시하는 프리메라리가 클럽들은 물론, 윙 플레이를 신봉했던 프리미어리그 팀들조차도 윙 플레이를 줄여가는 추세지요.


그러나 최근의 윙 전술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가혹한 데가 있습니다. 윙 전술이 패싱 축구를 제압할 수 있는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볼 소유권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윙 플레이를 평가절하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윙 플레이가 중앙 패싱 게임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종으로 들어가는 패스보다는 횡으로 들어가는 패스가 아무래도 수비수의 눈에 잘 들어오고, 패스를 차단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윙어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는 이상, 윙 플레이가 중앙에서의 패싱 게임보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지요.


하지만 단순히 이 사실만으로 측면 공격의 효용성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측면 공격은 직접적으로 득점을 만드는 루트라는 점 외에도, 상대의 패싱 게임을 제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패싱 게임의 기본 요건은 '최대한 많은 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것'입니다. 많은 수가 공격에 가담해야 많은 패스 루트를 확보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며 공격을 이끌 수 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 수를 늘릴 수 있을까요? 바로 풀백을 공격에 가담시키는 것입니다. 패싱 축구의 대표자격인 바르셀로나나 아스날과 같은 팀들이 풀백에게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오버래핑을 요구하는 것은 공격 숫자를 늘려 패스 루트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심지어 바르셀로나는 센터백조차 높이 전진해서 공격 전개에 가담하곤 하지요.


발 빠른 윙어가 전술적으로 의미를 갖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완성도 높은 패싱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풀백의 공격 가담이 필수적입니다. 상대 수비와 엇비슷한 수준의 공격자 수를 확보해야 안정적인 패싱 축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발 빠른 윙어가 측면에 배치되면, 상대 풀백은 뒷공간을 버려두고 전진하기가 부담스러워집니다. 간단히 말해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호시탐탐 뒷공간을 노리고 있는데 풀백이 전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렇게 되면 패싱 게임의 매커니즘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풀백이 오버래핑하지 못하면 공격 숫자는 많아야 6명인데, 수비 숫자는 최소 8명에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할 경우 9명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공격 숫자가 수비 숫자와 맞춰지지 않으면 패스 루트가 줄어듦으로써 패싱 게임이 어려워지는데요. 발 빠른 윙어가 이런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오버래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경우(좌)와 그렇지 않은 경우(우)


실제로 양쪽에 두 명의 윙어를 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풀백을 극단적으로 전진시키는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우위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풀백이 전진하지 못하면 아스날 특유의 패싱 게임이 살아나지 못하는데요.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애쉴리 영과 같은 발 빠른 윙어 자원이 아스날 풀백의 오버래핑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윙어를 보유한 팀이라면 그 강점을 살리는 것도 패싱 축구의 시대를 돌파하는 무기가 된다는 증거지요.


축구는 11대 11의 싸움입니다. 하나가 올라가면 반드시 다른 하나가 내려갈 수밖에 없는 숫자 게임이지요. 따라서 무조건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대세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현명한 판단일 것입니다. 우리가 '외면 받는' 윙 전술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도 좋은 이유입니다.

Posted by Contents Provider Break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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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발빠른 윙어라고 하기보단 2013.01.11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빠른 윙어라고 하기보단
    직선적인 클래식한 윙어가 사라지는 추세라고 보는게 맞을거 같습니다
    발빠른 측면 플레이어는 예나 지금이나 선호하죠
    직선적인 터치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유형의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줄어든건 수비 전술 발전의 영향이 크죠
    인사이드로 치고 들어올수있는 측면 선수보다는 공격전술적의 다변화도 좀 어려운 부분이고요

    • Contents Provider Breakaway 2013.01.12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래도 발 빠른 윙어의 경우 세밀한 플레이에는 약점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소 느려도 중앙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보다 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게 최근의 경향이지요. 제가 본문에서 말씀드린 케이스는 클래식 윙어나 현대식 윙어나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케이스라 클래식 윙어라고 한정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발 빠른 윙어로 통칭했습니다.

      좋은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 메수트외질 2013.01.11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잘봤습니다 예전 맨유의 다이나믹한 역습(호날두 박지성 루니 )플레이를 무척 좋아했는데 바르샤전패배이후로 퍼기영감이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고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토트넘의 경기를 보면 많이 위로가 되네요

    • Contents Provider Breakaway 2013.01.12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강팀의 경우 압도적인 공세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보니 장신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듯합니다. 심지어 바르셀로나조차도 에투 대신 즐라탄을 선택했을 정도니.. 메시나 호날두같은 확실한 크랙이 없으면 제로톱은 구사가 어려운 것 같아요.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3. 이니에스타 2013.01.12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 있습니다.
    가레스 베일같은 발 빠른 윙어가 전술적으로 의미가 있을꺼같군요. 최신트렌드는 아니라도 토트넘같은 팀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축구의 역사를 바꾼 과르디올라가 진짜로 대단가기는 대단한거 같군요. 트렌드를 완전히 돌려놓다니요.

    • Contents Provider Breakaway 2013.01.12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르셀로나가 가장 이상적인 팀이라면, 토트넘은 이상과 현실을 적절히 조합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보아스 감독도 확실히 전술적 능력은 출중한 감독이네요.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4. 축구 2016.01.20 0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 내용중에 어떻게 종패스가 횡패스보다 성공률이 높을수있죠? 님말대로면 항상 전진패스만 하겠네요.

    • Contents Provider Breakaway 2016.01.24 1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로스 상황처럼 수비가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횡으로 오는 패스는 수비가 더 상대하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파이널 서드 지역에 돌입하기 전에는 횡패스의 성공률이 훨씬 높겠죠^^

      좋은 의견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현상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질을 통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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