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의 슈퍼 스타, 페르난도 토레스 (사진출처 - 첼시 공식 홈페이지)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첼시의 홈 구장)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물리쳤다."라는 문장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두에 "페르난도 토레스의 대활약에 힘입어"라는 대목이 추가된 문장을 보고도 놀라워하지 않을 축구 팬이 있을까?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첼시와 맨시티의 시즌 첫 만남에서 경기를 지배한 선수는 다비드 실바도 에당 아자르도 아닌 토레스였다.



첼시 (4-2-3-1)


페르난도 토레스


안드레 쉬를레 - 오스카 - 에당 아자르


프랭크 람파드 - 하미레즈


애쉴리 콜 - 존 테리 - 게리 케이힐 -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


페트르 체흐



맨체스터 시티 (4-2-3-1)


세르히오 아구에로


다비드 실바 - 야야 투레 - 사미르 나스리


페르난지뉴 - 하비 가르시아


가엘 클리시 - 마티야 나스타시치 - 마틴 데미첼리스 - 파블로 사발레타


조 하트



첼시와 맨시티는 명백히 서로를 의식한 라인업을 내밀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헤수스 나바스의 종적이고 위력적인 돌파를 견제할 수 있도록 수비력이 뛰어난 쉬를레를 왼쪽 윙 포워드로 내세우고 아자르를 오른쪽에서 뛰게 했고,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투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해 4-3-3 포메이션을 쓰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고자 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홈 팀은 역습에, 원정 팀은 볼의 지배에 더 관심을 쏟는 듯한 라인업이었다.



전반전 - 첼시의 강한 압박과 효율적인 공격의 승리


경기는 미드필드에서의 격렬한 볼 다툼으로부터 시작됐다. 양 팀 모두 상대가 하프 라인을 넘어오자마자 강하게 압박을 시도해 공격 전개를 방해하고자 했는데, 첼시는 볼을 빼앗은 뒤 최대한 간결하고 신속하게 공격을 마무리하기 위해, 맨시티는 볼 점유율을 높여 자신들의 장점인 짧고 정교한 패싱 게임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목적이 어떻든 간에, 중원에서의 압박과 재압박이 반복되다 보니 경기 초반은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빼앗고 빼앗기는 형태로 흘러갔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 끝난 뒤 주도권을 잡은 쪽은 맨시티였다. 맨시티는 투레와 페르난지뉴, 가르시아의 힘을 앞세워 조금씩 볼 점유율을 높였고, 실바가 후방까지 내려와 볼을 키핑하고 분배함으로써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첼시가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 간격을 워낙 촘촘하게 유지한 데다 무리뉴 감독 특유의 역습을 의식한 페예그리니 감독이 양쪽 풀백의 오버래핑을 자제시키면서 볼 점유율을 득점 기회로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선제골을 넣은 쪽은 첼시였다. 전반 28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슛'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날렸던 토레스는 5분 후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빠른 돌파로 클리시의 수비를 무너뜨린 뒤 쉬를레에게 완벽한 도움을 제공하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맨시티가 횡적인 패스로 공격 기회를 낭비한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볼 점유율(58-42 맨시티 우세)을 기록하면서도 종적인 패스와 돌파로 상대 수비에 위협을 가한 첼시의 효율적인 공격 방식이 낳은 결과였다.



후반전 - 맨시티의 반격과 승패를 가른 어이없는 실수


전반전을 1-0으로 끝냈지만, 후반전 45분을 남겨둔 첼시에게는 큰 고민이 있었다. 전반전에 너무 많이 뛰어다닌 미드필더들, 그 중에서도 35세의 람파드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첼시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중원에서 전혀 압박을 받지 않고 볼을 다룰 기회을 얻은 나스리가 순간적으로 상대 뒤 공간으로 빠져들어간 아구에로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최근 3경기에서 5골을 폭발시킨 맨시티의 원톱은 바늘구멍 같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아구에로의 환상적인 슈팅을 먼저 칭찬해야 할 골이긴 했지만, 수비 뒤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람파드와 하미레즈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압박을 붙어줘야 했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전반전의 오버페이스가 영향을 미친 골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동점골 이후부터는 완전히 맨시티의 페이스였다. 체력이 떨어진 첼시 선수들이 전반전만큼 압박을 가하지 못하면서 맨시티 양쪽 풀백의 공격 가담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페르난지뉴와 가르시아, 나스리, 투레, 실바가 중앙에서 볼을 주고받는 동안 사발레타와 클리시가 첼시 진영으로 올라왔고, 이들은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첼시 수비진을 두들겼다.


그러나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정작 골을 넣은 쪽은 또 첼시였다. 첼시 수비진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 맨시티의 공격을 막아낸 것과는 달리, 맨시티는 나스타시치와 하트의 의사소통 실수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토레스에게 공짜 득점을 내준 것이다. 치열했던 승부의 결말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함이 남는 장면이었다.



첼시로서는 승점 3점 이상의 수확을 얻은 경기였다. 비록 완벽한 득점 기회를 한 차례 놓치긴 했으나, 리버풀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저돌적인 돌파로 맨시티의 수비진을 흔들어 놓는 모습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람파드, 오스카, 아자르가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음에도 첼시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토레스의 활발한 움직임과 돌파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레스가 맨시티 전에서와 같은 활약을 지속할 수 있다면 첼시의 우승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맨시티는 빈센트 콤파니 없는 수비진의 허술함과 하트의 안정감 부족이라는 약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첫 실점은 데미첼리스의, 두 번째 실점은 나스타시치와 하트의 실수였다는 사실은 쉬이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또한 중원의 힘이 그리 강하지 않은 첼시를 상대로 굳이 세 명의 미드필더를 가동해 공격 강도를 낮춘 페예그리니 감독의 선택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페예그리니 감독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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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의적인생각의전개 2013.10.28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첼시팬으로써 페예그리니 감독에게 고마웠던 것은
    네그레도 - 아게로 투톱을 가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만일 투톱이 나왔다면, 램파드 - 하미레스가 앞뒤로 휘둘리며
    중원을 내줄 수도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게로가 홀로 원톱에 있으니, 첼시선수들이 중앙에서의
    중원싸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맨시티 선수들의 개인능력은 훌륭하더군요..
    아게로의 동점골은 정말 클래스가 달랐습니다.

    야야 투레가 전진배치되면서 활동반경에 제한을 받았고
    그가 수비-미들라인 사이를 공략하는 플레이가 적었던 것도
    램파드-하미레스를 괴롭히지 못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님 말씀대로 토레스는 너무 잘해서, 할말이 없네요.
    그냥 사랑스러울 뿐입니다 ㅎㅎ

    기분좋은 월요일이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 Contents Provider Breakaway 2013.10.28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급을 한다는 게 깜빡했네요;; 저도 어제 맨시티의 패인 중 하나는 투레의 전진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투레가 자꾸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아구에로가 자꾸 고립되더군요. 역습 상황에서도 튀어나갈 수 있는 선수가 실바, 아구에로, 나스리밖에 없어서 위력이 떨어지고.. 첼시 중원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닌데 굳이 3미들을 기용해서 공격의 위력을 반감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스카의 수비 가담이 좋다고는 하나 사실 오스카가 아래로 내려가서 뛰면 맨시티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요. 그냥 투레와 페르난지뉴를 수미로 두고 아구에로를 세컨탑으로 배치하는 원래 전형으로 나서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항상 좋은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 구너 2013.10.28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하미레스를 매우 흥미롭게봤어요 마치 램지를 연상케하는ㅋㅋ 램레기 하미레기 시절이 있었는데 두 레기들이 발전해서 팀의 주축이되니 신기하네요~ 전 데닐손이나 디아비같은 애들만봐와서....

    • Contents Provider Breakaway 2013.10.29 0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디아비는 경험이 좀 쌓여서 경기 보는 눈만 개선되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어째 경기장에 있는 날보다 병원에 있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이제 나이도 적은 편이 아니고.. 역시 프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건강인 듯..

      항상 좋은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현상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질을 통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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